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 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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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지 2022-07-02
모든 것들은 이내 허공속으로 사라지기 마련이니,
잊는 법을 배워라. 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 것들은
때로 뜻하지 않는 가수의 노래 속에서 폭풍처럼
예고 없는 시간의 영혼으로 휘몰아쳐 오리니
누군가 애써 그 이름을 호명하지 않는다 해도,
행여 슬퍼하거나 금세 비난하려 덤비지 말라
보라, 그게 옳은 것이든 잘못된 것이든
한때 쇠죽처럼 들끓던 분노 구덩이마다 뿌리내린
은행나무들이 여름 분수처럼 산소 향즙을 뿜어내며
지나가 버린 것들을 애써 불러 세우고 있나니
이제 역사는 제가 보고 들은 것, 비겁과 용기를
기억하고 반추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으리라
분명하고 단호하게 전진해 온 비정의 세월이
새처럼 아직도 생생한 추억의 중심부로 여전히
차사랑을 넘지 않는 희망의 먹이를 물어오고 있나니
파괴할 수도, 가려질 수도 없는 진실은
어떻게든 거듭 태아나는 게 마땅하고 또 마땅하리라
괴로워하지 말라. 그러니 그 절대의 순간이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해도, 저 밤별처럼
망각조차도 지칠 줄 모르는 불멸의 항성으로 떠돌리니
진정 영원한 것들은 바로 그 영원하지 않는
그 모든 우연이나 즉흥을 압도하며 다가오리니
임 동 확 시인
1959년 광주 출생. 시집 을 펴내면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 , 등과 다수의 시화집, 시론집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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